계약갱신청구권 실거주 거절, 임대인 말만으로 되나? 대법원 판단 기준
“계약이 끝나기 몇 달 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알렸더니, 임대인이 자기가 들어와 살 거라며 거절합니다. 이 말만 믿고 집을 비워 줘야 하나요?”
그 집에 들어와 살겠다는 것은 임대인의 앞날 계획이라, 임차인 쪽에서는 그 말이 사실인지 따져 볼 길이 막막합니다. 계약을 맺을 때 이런 상황을 미리 알려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글은 주택 임대차의 이른바 계약갱신청구권 실거주 거절이 임대인의 말만으로 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를 대법원 판결 세 건으로 정리합니다. 가게를 빌린 상가 임차인이라면 1편(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시면 됩니다.
💡 이 글의 핵심
임대인 본인이나 부모·자녀 등 직계 가족이 그 집에 실제로 들어와 살려는 경우, 임대인은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정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하고, 들어와 살겠다고 말한 것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 계약갱신청구권 실거주 거절, 언제 할 수 있나요?
이 권리를 계약갱신청구권이라고도 부르지만, 조문은 계약갱신요구권이라고 적습니다. 두 말은 같은 권리를 가리키고, 이 글에서는 조문을 따라 갱신 요구라고 쓰겠습니다. 조문의 실제 거주는 이 글에서 줄여 실거주라고 쓰겠습니다.
임차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본문). 다만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아홉 가지로 정해져 있고, 그중 여덟 번째가 이 글의 주제인 실거주입니다.
| 항목 | 내용 | 근거 |
|---|---|---|
| 거절 사유 |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 제6조의3 제1항 제8호 |
|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 |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 제6조의3 제1항 본문, 제6조 제1항 전단 |
| 횟수와 갱신 기간 | 한 번만 쓸 수 있고, 갱신된 계약의 기간은 2년 | 제6조의3 제2항 |
직계존속은 부모·조부모처럼 위로 곧게 이어지는 관계, 직계비속은 자녀·손자녀처럼 아래로 곧게 이어지는 관계를 말합니다. 목적 주택은 세를 준 바로 그 집입니다. 임대인 본인이 아니라 이 가족들이 들어와 살려는 경우도 같은 사유에 들어갑니다.

이 사유는 이미 있었던 일이 아니라 앞으로 들어와 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서 그 계획이 진짜인지를 누가 어떻게 가리느냐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 실거주한다는 말,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증명할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임대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밝혔다는 것만으로는 곧바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판례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임대인(부모·자녀 등 직계 가족을 포함한다)이 세를 준 그 집에 실제로 살려는 경우라는 점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정만으로 그 뜻이 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사유는 임대인 마음속에 있는 앞날의 계획이라는 성질이 있으므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진짜라고 보통 받아들일 만한 사정이 드러나면 그런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판단 재료로 든 사정은 이렇다. 임대인이 지금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임대인이나 가족의 직장·학교 같은 생활 환경, 살려는 뜻을 갖게 된 경위, 갱신 요구를 거절하기 전과 후의 사정이 있다. 실제로 살겠다는 뜻과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이 있었는지, 그 말이나 행동으로 갱신에 대한 임차인의 정당한 믿음이 흔들릴 여지가 있는지도 있다. 지금 사는 곳에서 그 집으로 옮기려는 준비를 했는지와 그 내용 등도 있다. 이런 여러 사정을 모아 판단할 수 있다.
이 사건의 원심(대법원에 올라오기 전의 재판)은 임대인이 살려는 뜻에 그럴 만한 가능성이 있고 그 뜻과 분명히 어긋나는 행동도 찾을 수 없다며 거절을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증명 책임을 잘못 이해해 살펴야 할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며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누가 들어와 살지에 대한 임대인의 설명이 계약이 끝나기 전, 소송을 낸 뒤, 재판 도중에 계속 바뀌었고,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었습니다. 임대인과 배우자는 그 집 말고도 가까운 곳과 다른 지역에 주택을 가지고 있었고, 거절할 무렵 임대인은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자녀들과 살고 있었습니다. 이사나 전학을 준비한다는 사정도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추어 살려는 뜻이 꾸며낸 것이 아니라고 보통 받아들일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달 선고된 다른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같은 기준을 다시 들었습니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3551 판결). 그 사건의 원심은 앞날의 계획이라 증명이 어려우니 다른 거절 사유만큼의 증명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거절 사유는 오로지 임대인 쪽의 사정이라 임차인은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임대인은 옮겨 올 준비를 한 자료 같은 객관적인 근거를 내서 충분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거절 사유와 달리 다룰 근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 주의
증명 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고 해서 임대인이 거절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들어와 살려는 뜻이 진짜라고 보통 받아들일 만한 사정이 드러나면 실거주하려는 뜻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 이 판결들은 판단하는 기준을 밝힌 것이고, 어느 쪽이 이긴다는 결론을 정해 둔 것은 아닙니다.
📌 임대인이 들어와 살 사람을 바꿨다면?
임대인이 처음에는 자기가 산다고 했다가 뒤늦게 아무 설명 없이 손자가 산다고 말을 바꾼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를 실거주 사유와 어긋나는 말과 행동으로 보았습니다.
같은 건물 2층에 사는 임대인이 3층을 세를 주고 있었습니다. 임대인은 층을 나눠 한 건물을 함께 쓰는 게 불편하니 직접 쓰겠다며 갱신을 거절했고, 소송을 낸 뒤 1심 재판이 끝나 갈 무렵에야 처음으로 손자가 들어와 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왜 바뀌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판례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다263551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미 따로 사는 곳이 있는 임대인이 불편하다며 직접 쓰겠다고 한 통지는 그 집을 실제로 주거로 쓰겠다는 뜻이라기보다 임차인을 내보내려는 뜻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았다. 아무 설명 없이 뒤늦게 손자가 살 것이라고 한 주장도 처음 통지한 사유와 다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실거주 사유와 어긋나는 말과 행동이라고 보았다. 임대인 자신이 산다던 사유가 사정이 바뀌어 손자가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너그럽게 보더라도, 그런 변경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려면 처음 밝힌 사유가 실제로 있었고, 그 뒤 예상할 수 없었던 객관적인 사정 변화로 임대인이 살 수 없게 되었으며,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자가 살 사유가 생겼다는 점을 임대인이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고, 그렇게 한 경우에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 집이 팔려 소유자가 바뀌었다면?
갱신을 요구한 뒤 집이 넘어가 새 소유자가 임대인이 되었어도, 그 새 소유자가 그 집에 실제로 살려는 경우라면 정해진 기간 안에 거절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 기간은 지금 법으로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과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 옛 임대인은 이미 집을 팔기로 계약한 상태였습니다. 임차인이 옛 임대인에게 갱신을 요구하자, 옛 임대인은 집을 산 사람들이 들어와 살아야 한다며 거절했습니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새 소유자들이 집을 비워 달라며 소송을 냈고, 원심은 갱신 요구 당시의 임대인만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며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깼습니다.
⚖️ 판례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임대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이 정한 갱신거절 기간 안이라면 자신이 그 집에 실제로 살려 한다는 이유로 거절할 수 있다. 집을 넘겨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은 새 소유자도 그 집에 실제로 살려는 경우라면 그 기간 안에 이 거절 사유를 내세울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갱신 요구가 있은 뒤에 거절 사유가 생겼더라도 그 기간 안이라면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새 소유자가 실제로 들어와 살려는지는 다시 열린 재판에서 따져야 할 문제로 남았습니다. 새 소유자도 임대인이므로, 앞에서 본 증명의 문제는 그대로 따라옵니다.
📌 실거주를 이유로 연장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면?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를 이유로 연장이 어렵다고 알려 왔더라도, 갱신을 원한다면 정해진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는 조항은 임차인이 그 기간 안에 요구한 경우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제6조의3 제1항 본문). 앞에서 본 2022다279795 사건도 임대인이 먼저 거주 계획을 밝힌 뒤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한 경우였습니다.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받은 거절 통지는 지우지 말고 그대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2022다279795와 2023다263551 사건처럼, 누가 들어와 살겠다고 했는지가 나중에 바뀌었는지와 그 이유를 설명했는지가 다투어질 때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해 놓고, 원래 계약이 끝나고 2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었다면, 임대인은 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제6조의3 제5항). 배상액을 어떻게 정하는지와 무엇이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는 42편(주택 허위 실거주 손해배상)에서 다뤘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갱신 요구는 언제 해야 하나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안에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제6조의3 제1항 본문, 제6조 제1항 전단). 이 요구는 한 번만 할 수 있고, 갱신된 계약의 기간은 2년입니다(같은 조 제2항). 처음 계약이 2년이었다면 한 번 갱신해 모두 4년이 되는 셈입니다. 그 한 번의 요구도 임대인이나 그 직계 가족이 실제로 들어와 살려는 경우처럼 법에 정해진 거절 사유가 있으면 거절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의 부모나 자녀가 들어와 산다고 해도 거절할 수 있나요?
네. 조문이 임대인 본인뿐 아니라 부모·조부모 같은 윗대와 자녀·손자녀 같은 아랫대의 직계 가족을 함께 적고 있습니다. 다만 그 가족이 실제로 살려 한다는 점도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처음 밝힌 사람과 다른 가족이 산다고 뒤늦게 아무 설명 없이 말을 바꾼 것을 실거주 사유와 어긋나는 말과 행동으로 본 대법원 판결도 있습니다.
Q. 갱신되면 계약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갱신된 계약의 기간은 2년이고, 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맺은 것으로 봅니다. 다만 월세와 보증금은 법이 정한 범위(제7조) 안에서 올리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제6조의3 제2항·제3항). 갱신 요구는 한 번만 할 수 있습니다.
📝 마치며
임대인이나 그 직계 가족이 실제로 들어와 살려는 경우는 법이 인정한 거절 사유입니다. 다만 그 뜻이 진짜라는 점은 임대인이 증명해야 하고, 말로 밝힌 것만으로는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들어와 살 사람을 뒤늦게 아무 설명 없이 바꾼 것을 실거주 사유와 어긋나는 사정으로 본 판결이 있고, 집을 넘겨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이어받은 새 소유자도 그 집에 실제로 살려는 경우라면 정해진 기간 안에 이 사유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해 놓고 원래 계약이 끝나고 2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줬다면 배상 책임이 생깁니다. 거절 통지를 받았다면 그 내용을 그대로 남겨 두고, 이후 그 집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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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분쟁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