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전화해의 효력과 한계를 정리한 안내 이미지

제소전화해란? 상가 임대인이 알아야 할 효력과 한계 총정리

“임차인과 계약할 때 제소전화해를 받아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걸 해두면 나중에 안 나갈 때 바로 내보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상가를 세놓는 분들이 계약 단계에서 듣게 되는 조언입니다. 도장을 찍는 시점에는 아직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때 미리 준비해두라는 말을 듣습니다.

임대인이 걱정하는 상황은 정해져 있습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는 경우입니다. 4편(상가 명도소송)에서 다뤘듯 소송으로 가면 답변서, 변론, 판결, 강제집행까지 단계가 이어집니다. 제소전화해는 그 앞단에서 미리 집행권원을 만들어 두는 제도입니다. 집행권원이란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말합니다. 판결문이 대표적인데, 그것을 소송 없이 미리 확보해 두는 셈입니다.

다만 이 제도가 어디까지 작동하고 어디서 제한이 걸리는지를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이번 글은 그 경계에 집중하겠습니다.

💡 이 글의 핵심

제소전화해가 성립하면 화해조서가 만들어지고, 이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다시 소송을 하지 않고 강제집행으로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힘은 조서에 적힌 범위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화해 당시 다투지 않았고 조서에 소멸시킨다는 조항도 두지 않은 권리는 화해 뒤에도 남아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신청 단계와 집행 단계에 각각 제한이 붙어 있습니다.


📌 제소전화해는 어떤 절차인가요

소송을 걸기 전에 법원에서 합의 내용을 확인받아 두는 절차입니다. 민사상 다툼에 관하여 청구의 취지와 원인, 그리고 다투는 사정을 밝혀 신청하며, 신청할 곳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입니다(민사소송법 제385조 제1항).

여기서 임대인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관할입니다. 보통재판적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그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 때 기준이 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개인이라면 주소지가 기준이고, 주소가 없거나 알 수 없으면 거소, 그것도 일정하지 않으면 마지막 주소로 정합니다(제3조). 법인이라면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가 기준입니다(제5조 제1항). 임대인이 신청인이 되면 이 기준은 상대방인 임차인 쪽이 됩니다.

절차는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단계내용근거
화해신청청구의 취지·원인과 다투는 사정을 밝혀 지방법원에 신청제385조 제1항
화해 성립법원사무관등이 합의한 내용을 조서에 적는다제386조
불성립법원사무관등이 그 사유를 조서에 적고, 조서등본을 당사자에게 송달제387조 제1항·제3항
소제기신청불성립한 경우 당사자가 신청 가능제388조 제1항

기일에 한쪽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신청인이든 상대방이든 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법원이 화해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제387조 제2항). 반드시 그렇게 본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그렇게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불성립으로 끝나도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제기신청을 하면 됩니다. 적법한 소제기신청이 있으면 소가 제기된 시점은 신청한 날이 아니라 화해신청을 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제388조 제2항). 기간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조서의 등본을 받은 날부터 2주 이내이고, 그 등본을 받기 전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388조 제3항). 이 2주는 불변기간입니다(제388조 제4항). 법원이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기간이라는 뜻입니다.

비용은 성립 여부에 따라 갈립니다. 화해가 성립하면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당사자들이 각자 부담하고, 성립하지 않으면 신청인이 부담합니다. 다만 소제기신청이 있으면 화해비용은 소송비용의 일부가 됩니다(제389조).

제소전화해 절차 4단계와 각 단계의 근거 조문
화해기일 절차 자체를 정한 조문은 담지 않았습니다. 표에 있는 것은 신청과 조서에 관한 조문입니다.

📌 화해조서는 왜 강한가요

대법원은 제소전화해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합니다. 나아가 창설적 효력을 가진다고 봅니다. 화해가 이루어지면 그 전에 있던 권리와 의무가 화해 내용으로 갈아 끼워진다는 뜻입니다.

임대인에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계약이 끝났는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을 때, 다시 처음부터 소송을 걸 필요가 없습니다. 화해조서 자체에 집행력이 있어 강제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조서를 어떤 형태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집행 개시에 조건이 붙는데, 이 점은 뒤에서 따로 보겠습니다.

4편에서 본 명도소송의 단계들, 즉 소장 접수와 송달, 30일의 답변서 기간, 변론기일, 판결 선고, 항소기간을 통째로 건너뛰는 셈입니다. 임대인들이 계약 시점에 이 절차를 밟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화해조서가 없을 때와 있을 때 거쳐야 하는 명도소송 단계 비교
줄어드는 것은 소송 단계이지 집행 절차가 아닙니다. 인도 집행은 어느 쪽이든 집행관을 거칩니다.

⚖️ 조서에 적히지 않은 권리는 어떻게 되나요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화해조서를 받아두었으니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 판례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99058 판결
화해로 정리되는 범위는 당사자가 서로 맞섰던 부분에 한한다. 다툰 적이 없는 사항이나, 화해의 전제로 서로 그렇게 알고 넘어간 사항에는 화해의 힘이 닿지 않는다. 화해 이전부터 있던 다른 법률관계도 화해의 대상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남는다.

사안을 보면 이 법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드러납니다.

임차인은 점포를 빌려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보증금 2억 3,500만 원, 차임 월 770만 원, 기간은 2016년 10월 30일부터 2018년 10월 29일까지였습니다. 계약서의 특약에는 잔금 완납일에 제소전화해조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이 의무를 어기면 계약을 해약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갱신할 때는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는 문구도 함께 있었습니다.

특약대로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조서의 내용은 임대차기간 만료일에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점포를 인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은 기간이 끝나기 전인 2018년 7월 10일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갱신을 요구했습니다.

원심은 임대인 쪽 손을 들었습니다.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화해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 와서 화해조서의 기판력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기판력은 확정된 판단을 나중에 다시 뒤집을 수 없게 하는 힘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근거는 네 가지였습니다. 임대차계약에 갱신요구권을 배제하는 내용이 없고 오히려 갱신 시 상호 협의한다는 문구가 있었다는 점. 화해조서에는 만료 시 인도한다는 기재만 있을 뿐 갱신요구권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고, 그 내용이 갱신요구권 행사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미리 포기할 이유가 있었다고 볼 사정을 찾기 어렵다는 점. 반환일을 만료일로 적었다거나 신청원인에 분쟁 방지라고 적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포기 의사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갱신요구권은 화해 당시 분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사항이므로, 화해에서 달리 정하거나 포기 등으로 소멸시킨다는 조항을 두지 않은 이상 창설적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임차인은 화해조서 작성 이후에도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갱신요구권을 소멸시키는 조항을 조서에 넣었다면 그것이 유효한지까지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조항이 없었던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조항을 넣으면 된다는 결론을 이 판결에서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갱신요구권 자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권리입니다.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같은 항 단서에 따로 정해져 있고, 그 사유들은 8편(상가 계약갱신 거절)에서 호별로 다뤘습니다.

화해조서에 적힌 것과 적히지 않은 것의 효력 차이
왼쪽은 이 사건 조서의 실제 문구이고, 오른쪽은 조서에 없었던 항목입니다.

⚠️ 신청 단계와 집행 단계에 붙는 제한

제소전화해는 양쪽이 법원에 나가야 성립합니다. 임차인이 기일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이 화해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대리인을 세워 절차를 마무리하려는 방법을 떠올리게 됩니다. 여기에 선이 하나 그어져 있습니다.

⚠️ 주의

법이 막는 것은 이런 형태입니다. 임차인이 자기 대리인을 누구로 할지 정하는 권한을 임대인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쪽이 양쪽 대리인을 모두 고르게 되고, 임차인은 조서에 무엇이 적히는지 모른 채 절차가 끝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정해 두었습니다(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 법원은 대리권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을 직접 나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3항).

또 하나, 동시이행 형태로 조서를 만들면 집행이 곧바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반대의무의 이행과 동시에 집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집행권원에 대해서는 채권자가 반대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을 제공했다는 것을 증명하여야만 집행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41조 제1항).

앞서 본 판례의 조서가 정확히 이 형태였습니다. 보증금을 반환받음과 동시에 점포를 인도한다는 문구입니다. 임대인이 화해조서를 들고 있어도 보증금을 제공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집행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제소전화해를 해두면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해도 막을 수 있나요?

조서에 갱신요구권에 관한 기재가 없다면 갱신 요구를 막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화해 당시 분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사항에는 창설적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조항을 넣었을 때 그것이 유효한지는 이 판결이 판단한 범위 밖입니다.

Q. 임차인이 화해기일에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법원이 화해가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본다는 것은 아닙니다. 불성립으로 처리되면 소제기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소가 제기된 시점은 화해신청을 한 때로 봅니다.

Q. 화해조서가 있으면 제가 직접 문을 열고 짐을 뺄 수 있나요?

아닙니다. 인도 집행은 집행관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화해조서가 있어도 이 절차는 건너뛸 수 없습니다. 집행문을 받는 절차와 현장에서 짐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14편(상가 명도 강제집행)에서 다뤘습니다.


📝 마치며

제소전화해는 분쟁이 생기기 전에 집행권원을 확보해 두는 제도입니다. 소송 단계를 통째로 줄인다는 점에서 임대인에게 실익이 분명합니다.

다만 그 힘은 조서에 적힌 범위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화해 당시 다투지 않았고 조서에 소멸시킨다는 조항도 두지 않은 권리는 화해 뒤에도 남아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신청 단계에서는 대리인 선임권을 상대방에게 맡길 수 없고, 동시이행 조항을 넣었다면 집행 개시에 조건이 붙습니다.

받아두었다는 사실보다 무엇이 적혀 있는지가 실제 결과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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