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명도란? 계약갱신청구권·권리금·명도비 쉽게 이해하기
“건물주가 갑자기 나가라고 합니다. 저는 계약갱신청구권도 있고 권리금도 받아야 하는데, 명도는 또 뭔가요?”
상가 임대차 분쟁이 시작될 때 가장 먼저 겪는 혼란입니다. 세 단어가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각각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1편(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이란?)에서는 계속 영업할 권리를, 2편(상가 권리금이란?)에서는 영업 가치를 회수하는 권리를 다뤘습니다. 이번 글은 이 둘을 포함해 세 개념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어디서 맞물리는지에만 집중하겠습니다.
💡 이 글의 핵심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속 있을 수 있는가”, 권리금은 “나갈 때 돈을 회수할 수 있는가”, 명도는 “언제 어떻게 넘겨주는가”의 문제입니다. 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해결됐다고 나머지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셋이 거의 항상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 명도란 무엇인가 — 법은 ‘인도’라고 씁니다
명도는 가게를 비우고 건물을 임대인에게 넘겨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한 번 걸립니다. 소장을 받아보면 표지에 ‘명도’가 아니라 ‘건물인도청구의 소’라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 온 서류가 아닙니다.
‘명도’는 2002년 1월 26일 전부개정되기 전 구 민사소송법 제690조 제1항에 있던 표현입니다. 당시 조문은 채무자가 부동산이나 선박을 ‘인도 또는 명도’하여야 할 때의 집행 방법을 함께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현행 민사집행법 제258조 제1항은 채무자가 부동산을 인도하여야 할 때 집행관이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빼앗아 채권자에게 인도하도록 정할 뿐, ‘명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명도’를 따로 두지 않고 ‘인도’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도 청구취지에 ‘명도’라고 적혀 있으면 ‘인도’를 구한 것으로 선해해 판단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용어가 달라도 구하는 내용은 같다고 본 것입니다. 판결에서 사건명이 ‘건물명도(인도)’처럼 병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편 ‘퇴거’는 인도와 구별되는 별개의 개념입니다. 대법원은 건물의 ‘인도’가 건물에 대한 현실적·사실적 지배를 완전히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건물에서의 ‘퇴거’는 채무자의 점유를 해제하는 것을 의미할 뿐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할 것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4다213157 판결).
이 구분이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소장 청구취지를 어떻게 쓰느냐입니다. 같은 판결은 퇴거를 구했는데 법원이 인도를 명하는 것은 처분권주의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협상 단계에서는 두 표현을 섞어 써도 큰 문제가 없지만, 소송으로 넘어가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 세 개념은 축이 다릅니다
먼저 큰 그림입니다.
| 구분 | 핵심 질문 | 성격 | 주된 근거 |
|---|---|---|---|
| 계약갱신청구권 | 계속 있을 수 있는가 | 버틸 권리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
|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 나갈 때 돈을 회수할 수 있는가 | 금전 회수 권리 | 같은 법 제10조의4 |
| 명도(인도) | 언제 어떻게 넘겨주는가 | 점유를 넘기는 절차 | 임대차 종료에 따른 목적물 반환의무 (집행은 민사집행법 제258조) |
세 가지는 각각 머무름, 금전, 넘겨줌이라는 다른 축을 다룹니다. 그래서 “갱신은 안 되지만 권리금은 받을 수 있는” 상황도, “권리금은 못 받는데 나가야 하는” 상황도 모두 성립합니다.

📌 명도 vs 계약갱신청구권 —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이 둘은 서로를 막는 관계입니다. 임차인이 “계속 영업하겠다”고 하는 것이 계약갱신청구권이고, 임대인이 “이제 넘겨달라”고 하는 것이 명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갱신청구권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명도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은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여덟 가지로 정해두고 있고, 여기에 해당하면 명도 요구가 정당해집니다.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이 차임 연체입니다. 법은 단순히 밀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횟수가 아니라 밀린 금액의 합계가 기준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입니다. 자세한 요건과 여덟 가지 사유는 1편(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이란?)에서 정리했습니다.
📌 명도 vs 권리금 — 원칙적으로 별개입니다
이 둘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명도는 넘겨주는 절차이고, 권리금은 그동안 쌓은 영업 가치를 회수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퇴거에 응했다고 해서 권리금 회수 기회가 사라지지 않고, 반대로 권리금을 회수했다고 해서 명도 의무가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임차인은 나가면서도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받습니다.
⚠️ 주의
다만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제10조의4 제1항 단서는 제10조 제1항 각 호의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 경우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3기 차임 연체처럼 갱신을 막는 사유는 권리금까지 함께 막습니다. 갱신과 권리금은 별개 제도이지만, 이 지점에서만 연결됩니다.
권리금 회수의 구체적인 방법은 2편(상가 권리금이란?)에서 다뤘습니다.
📌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
명도 협상에서 임차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은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즉시 비워줘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는 언제까지나 버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과 건물을 넘겨주는 것은 서로 맞물려 진행되는 문제이고, 어느 한쪽만 앞세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 주의
이 조항에는 적용 범위의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법 제2조 제3항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도 적용되는 조문을 따로 열거하고 있는데, 그 목록에 제9조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기준이 되는 보증금액은 지역별로 구분해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므로, 내 상가가 초과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 반환이 실제로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는 5편(상가 보증금 반환)에서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 명도비는 무엇이고, 얼마인가
명도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명도비입니다. 임대인이 원활한 퇴거를 위해 지급하는 합의금 성격의 돈으로, 이사비·영업 손실 보상·합의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명도비는 법에 정의된 용어가 아닙니다. 법정 의무 금액도 아니고, “권리금의 몇 퍼센트”처럼 정해진 계산식도 없습니다. 순전히 당사자 사이의 협상으로 정해집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평균 얼마”라고 언급되는 금액은 개별 사례일 뿐이며, 모든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 기준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도 구체적인 금액은 단정할 수 없습니다.
협상력을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금액 정보가 아니라 법적 위치입니다.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지, 보증금이 반환됐는지, 권리금 회수 기회가 남아 있는지에 따라 협상의 출발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재건축과 매각 — 셋이 한꺼번에 터지는 상황
이론상 구분은 됐지만, 현실에서는 세 가지가 동시에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건물 재건축과 매각입니다.
재건축의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철거 또는 재건축을 갱신거절 사유로 정하면서 계약 당시 고지 등 요건을 함께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건축한다”는 말만으로 요건이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1편에서 정리했습니다.
매각의 경우는 오해가 많은 지점입니다. 건물이 팔렸다고 해서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법 제3조 제2항은 임차건물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은 그대로 이어지고, 상대방만 바뀝니다.
다만 전제가 있습니다. 제3조 제1항의 대항요건, 즉 건물의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을 갖춰야 합니다. 이 요건을 갖추면 신청한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효력이 생깁니다. 참고로 제3조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도 적용됩니다.
✅ 명도 협상 전에 확인할 것
-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지
- 임대인이 드는 거절 사유가 제10조 제1항 각 호에 실제로 해당하는지
- 권리금 회수 기회가 살아 있는지 (갱신거절 사유가 있으면 함께 막힙니다)
- 보증금이 반환됐는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인지
- 대항요건(건물 인도 + 사업자등록)을 갖추고 있는지
- 구두 합의에 그치지 않고 문자·내용증명 등 기록을 남기고 있는지
협상은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법적 위치를 확인한 뒤에 시작해야 합니다. 위 항목 중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같은 요구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 하나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고 제10조 제1항 각 호의 거절 사유가 없다면, 일방적인 요구에 곧바로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사유 해당 여부는 개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Q. 명도에 응하면 권리금은 못 받나요?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나가는 것과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다만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 점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Q. 명도비는 반드시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명도비는 법에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협상으로 정해지는 합의금입니다. 받을 수 있는지, 얼마인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Q. 건물이 팔리면 계약을 다시 써야 하나요?
아닙니다.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므로 기존 계약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새 임대인과 조건을 다시 정할 의무는 없습니다.
📝 마치며
계약갱신청구권·권리금·명도는 이름이 함께 등장할 뿐 서로 다른 축의 문제입니다. 명도는 법에서 ‘인도’라는 용어로 다뤄지고, 갱신거절 사유는 갱신과 권리금을 동시에 좌우하며, 보증금은 별도의 조항으로 임차인의 점유를 뒷받침합니다.
“나가라”는 말 한마디에 이 세 가지가 모두 걸려 있습니다. 성급하게 판단하기 전에 자신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협상이 결렬됐을 때 실제로 진행되는 명도소송의 절차와 기간, 강제집행을 다루겠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1편. 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이란? 행사 방법부터 거절 사유까지 총정리
- 2편. 상가 권리금이란? 종류와 회수 방법 총정리
- 5편. 상가 보증금 반환, 언제 받나? 안 줄 때 대응 방법 총정리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분쟁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